■ 대추리 철조망 치던날
국방부의 공병 등 군 병력 투입을 앞둔 4일 오전 5시30분께 미군기지이전·확장지인 평택 대추리 일대를 감고도는 내리천변.
자욱한 안개를 뚫고 공병대 군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적막마저 흐르던 물결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군 공병대는 평택 범대위 등이 대추분교 진입 저지에 집중하고 있는 틈을 이용 5t덤프트럭에 싣고 왔던 ‘문교’(보트를 이용해 중장비 등을 나를 수 있도록 만든 교량)를 내리천에 설치한 뒤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운반하는 도하작전에 돌입했다.
군은 내리천에 일렉션 보트가 양쪽에 설치된 문교 2개를 완성한 뒤 수도병원 소속 의무차량을 비롯한 군병력과 포클레인 5대불도저 4대 등을 연이어 실어 나르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공병들은 내리천 일대에 범대위측 시위대가 몰려와 물리적 마찰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에 따라 한치의 빈틈도 없이 보조를 맞춰 가는 것이 흡사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병력을 앞세운 뒤 군사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철조망을 설치해야할 대추리 등지로 이동한 뒤 철조망 설치 준비에 들어갔다.
또 다른 2천여명의 군병력들도 도두·신대리 등 5개 지역으로 경찰과 함께 들어가며 철조망 설치작업을 위해 철조망 지주를 땅에 박을 수 있도록 표시가 되어있는 줄을 늘리는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은밀하게 군 병력이 시위대의 눈을 피해 철조망 설치지역으로 이동을 완료하자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군 헬기 13대가 대추분교 상공 등을 가로지르며 공병들이 머무르는 도두·신대리 뜰에 설치할 철조망을 연이어 날랐다.
군은 이날 오후 8시께 총연장 29.4㎞에 달하는 미군기지 수용지역 일대에 철조망 설치작업을 벌였고, 특히 철조망에 ‘군사지역 이므로 민간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표지판을 매달아 놔 철의 장막이 쳐졌음을 실감케 했다.
더욱이 이 일대는 주민들이 영농행위 등을 위해 출입하던 곳이었는데 군작전이 시작된지 불과 14시간만에 이중으로 설치된 철조망으로 더이상 출입할 수 없게 돼 불과 하루만에 군사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철조망 설치를 넋 놓고 지켜보던 수용지역의 한 주민은 “정부가 수대에 걸쳐서 농사만을 지으며 검소하게 살겠다는 주민들의 작은 소망마저 빼앗아갔다”며 “민간인들을 내쫓기 위해 군까지 동원한 국방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