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시청 역도팀 박종걸 선수   ⓒ월간 평택문화

인천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지난 9월 23일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 실내 체육관 옆 작은 건물 밖으로 힘찬 기합과 육중한 쇳소리가 터져 나온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 빛나는 내일을 향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는 평택시청 역도팀이 그곳에 있었다.

규모는 작아도 평택 체육의 대표 효자

평택시청 역도팀의 인원은 현재 남아있는 직장운동경기부 중 가장 적다. 현재는 창단 때부터 팀을 이끌어 온 강병조 코치를 비롯해 박종걸(32세), 최세종(24세), 이형동(30세) 그리고 홍일점 정지연(23세) 등 다섯 명이 전부다.

하지만 역도팀은 매년 경기도 체육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평택 체육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1년 금 3개, 은 2개, 동 7개. 2012년 금 6개, 은 3개, 동 3개. 2013년 금 6개, 은 4개, 동 2개를 따내며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것.

이밖에도 각종 전국규모 대회에서 출전하는 족족 메달을 수확한 덕에, 대부분 역도대회 시상대에서는 평택시청 유니폼을 입은 자랑스러운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이충레포츠타운 내 마련된 평택시청 역도팀 훈련장   ⓒ월간 평택문화

8년 만에 얻게 된 소중한 훈련장

늘 눈부신 활약을 선보인 평택시청 역도팀이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이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역도팀 창단은 2005년이었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변변한 훈련장조차 없었다.

2012년 경기도 체육대회가 평택에서 열리기 전까지 역도팀의 훈련장은 태광고등학교 역도부실이었다. 한마디로 후배들의 훈련장에 더부살이를 한 셈.

이후 이충문화체육센터 옆에 경기도 체육대회 역도경기를 위한 가건물이 세워지고, 대회가 끝난 후 철거 예정이었던 건물을 강병조 코치가 훈련장으로 사용하게 해 달라고 시에 건의해 겨우 아담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창단 8년 만에 얻게 된 전용 훈련장이었다.

▲ 평택시청 역도팀 선수들. 왼쪽부터 정지연, 이형동, 최세종, 박종걸 선수   ⓒ월간 평택문화

B급 선수? 투지는 S(Special)급!

열악한 상황은 시설뿐만이 아니다. 평택시청 역도선수들은 스스로를 B급이라 칭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짧은 운동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에 맞는 대우를 받기를 원하고,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더 좋은 조건을 찾아가게 된다.

현재 평택시청 역도팀 선수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연봉은 엘리트체육 육성에 적극적인 지자체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때문에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는 것을 붙잡을 수 없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역도 국가대표팀 맏형인 고석교(33세) 선수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 평택시청 입단 당시 고 선수는 제주도청 역도팀에서 방출된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평택시청에 입단 후 기량을 길러, 2012년 전국체전 3관왕을 달성하며 역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그는 더 좋은 조건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고양시청으로 이적했고, 평택은 아까운 인재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낮은 연봉을 받는 평택시청 역도선수들이 스스로를 B급이라 칭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딛고, 더욱 열심히 훈련에 매진해 값진 성과를 거두는 이들의 투지는 A급을 넘어 Special급이라 할 수 있다.

▲ 두터운 굳은살이 박힌 박종걸 선수의 손   ⓒ월간 평택문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평택시청 역도팀 맏형인 박종걸 선수의 손을 뒤덮은 두터운 굳은살. 어려운 여건과 비인기종목의 무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역도인의 길을 걸어온 세월의 증거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에 임하는 역도선수들은 언제든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꾸준히 기량을 닦아가고 있다. 고된 훈련으로 굳은살이 박힌 박 선수의 손으로 세계를 번쩍 들어 올리는 내일을 상상하게 되는 것도 이들의 노력과 땀방울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또한, 평택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