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평택문화

고 최은창과 고 이돌천 선생에서 김용래 회장으로 이어지는 평택농악의 큰 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극 <무동>(극단 촌벽, 연출 정운봉)은 평택농악의 발전사이면서 동시에 소년에서 청년이 돼 가는 김용래 평택농악보존회장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2시간의 극에 미처 담기지 못한 63년 놀이꾼의 이야기를 모두 담기엔 지면도 부족했다.

식민치하와 6ㆍ25를 거치며 황폐하고 암울했던 1950년대 말, 최은창 행중은 보름동안의 걸립을 끝내고도 여비는커녕 식비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생계의 고단함으로 행중 내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결국 무동 김용래가 행중을 떠나고 춘삼이는 아사지경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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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동>의 줄거리다. 진주에서 대구를 거쳐 평택으로 오는 행중의 여정은 화해와 치유의 순롓길이었다. 떠났던 김용래도 행중으로 돌아오고 이들은 다시 끝없는 뜬쇠패의 길을 나선다. 삶이, 세월이 돌고돌듯이.
인터뷰하며 인생을 돌아보던 김용래 회장은 “이 놈의 장난이 쉬운 장난은 아니여”라고 말했다.
올해 일흔 여섯의 김용래 회장. 인생의 9할을 농악에 바친 그는 고희를 훌쩍 넘기고도 상모를 벗지 못했다.
열세 살의 나이에 뜬쇠패에 처음 들어왔을 때, 어떤 소명의식은 없었다.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서’만큼 절실하고 숭고한 이유가 또 있을까? 그 시대는 그게 맞단다.
“아주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이 참 어려웠어. 어머니의 먼 친척되는 분이 ‘굶느니 따라와서 밥이나 얻어먹어라’하셨지.” 보리밥도 못 먹던 시절, 그게 시작이었다.
“가자마자 어깨 위에 딱 올리더라고. 내가 4대 독자였는데 말이지. 상동 훈련을 시키는데 5미터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불구덩이 같았어. 왜냐하면 아래서는 다들 횃불을 들고 놀이를 하고 있었거든.”
그렇게 상동-중동-밑동을 거쳤다. 무거워지는 그의 몸무게에 비례해 그의 역할도 점점 무거워졌다. 열여덟 살이 되자 본격적으로 상모를 하게됐다. 사실 무동을 하면서도 상모나 악기들을 몰래몰래 연습해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모두들 자기 물품에 대한 애착이 커서 자기 상모를 만지지도 못하게 했지. 그래서 밤에몰래 가져다가 연습하고 도로 갖다놓곤 했어. 근데 상모에서 끈을 다는 꼭지가 참 잘 떨어져. 어쩌다 그게 떨어지기라도 하면 혼쭐이 났었지.”
그렇게 당대의 명인들과 전국의 유명한 난장을 돌고, 걸립을 하며 꽹과리, 법고, 장구, 북, 고사소리까지 모든 기예를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최은창 선생과 이돌천 선생을 만나 스승으로 모신다.
“1982년에 최은창 선생님의 부름으로 평택에 왔어. 1985년 평택농악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을 때도 같이 있었지. 1990년 평택농악 예능보유자 후보로 지정되고, 2000년에 인간문화재(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 평택농악 예능보유자)로 지정됐지.”
그는 현재까지도 최고의 법고잽이로 인정받고 있다.

평택농악은 남사당패의 수준높은 기예를 받아들인 농악으로 연희적 성격이 뛰어나다. 어른의 목말을 타고 아이가 올라가는 무동놀이가 발달했는데, 오무동과 쌍오무동이 시연되고 있다.
“회초리 사무동이라고 4층으로 올라서는 무동이 있어. 회초리처럼 곧고 낭창낭창 하다고 그렇게 부르는데, 나도 한 60년 전에 본 적만 있지. 그리고 오무동에 앞뒤로 한명씩 두 명이 더 매달리는 칠무동하고. 그게 너무 위험해서 복원을 못하고 있어. 내가 죽으면 그것에 대한 기억도 끝나네.”
물러설 때를 알기에, 김용래 회장은 현재 놀이판에 나서지 않고 평궁리 평택농악보존회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멀리 풍물소리만 들리면 밥 먹다가도 뛰어나갈 정도로 그렇게 좋다는 김용래 회장은 천생 놀이꾼이다.